쓰촨성 황룽풍경구 - 중국의 제육볶음 후이궈러우
천상의 정원에서 찾은 엄마의 손맛
중국의 산을 보려면 ‘황산’을 가고, 중국의 물을 보려면 ‘황룡·구채구’’로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사천성 황룽(황룡 黄龍)의 에메랄드 빛 계단 연못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땅에 스며든 자취라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황룽에 겨울이 오면 석회 연못은 수정계단이 되고, 얼어붙은 호수는 지상에 은하수를 펼친 듯 투명하게 빛납니다.
신비로운 연못으로 변한 용의 비늘
주자이거우(구채구 九寨溝)는 우리에게도 제법 알려져 있지만 천상의 쌍둥이 보석으로 불리는 황룽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입니다. 황룽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겹겹이 쌓인 다채로운 색상의 석회암 연못으로 유명합니다.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금빛 용 모양의 석회화 지형은 황룽(황룡 黄龍) 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해발 3,000m 고원에 위치, 황룽
황룡은 해발 3,000m 넘는 고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원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따뜻하고 매콤한 음식이 당기기 마련인데요. 다행히도 이곳은 매운맛의 본고장 쓰촨(사천 四川)입니다.
쓰촨의 매운맛은 단순히 자극적인 맛이 아닙니다. 차갑고 거친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녹여주는 온기가 느껴지는 맛입니다.
고원의 바람이 차갑다면 차가울수록, 쓰촨의 매운맛은 더 뜨겁게 가슴속에 스며들게 합니다.
쓰촨 맛의 3요소, 마·라·향(麻·辣·香)
쓰촨요리 맛의 3대 요소는 흔히 마라향(麻辣香)이라고 합니다.
마(麻)는 쓰촨 산초(화자오)에서 나오는 독특한 감각으로, 혀와 입술을 떨리게 하는 진한 마비감이 특징입니다. 대표 요리로는 마라탕이 있습니다.
라(辣)는 건고추, 고추기름에서 나오는 불타는 매운맛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깊은 고추 향과 함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요리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마파두부와 라즈지(라조기)가 있습니다. 현지의 마파두부와 라즈지는 우리나라 중국집 맛과는 무척 다른 맛인데요. 마한 맛과 맵기가 최소 서너 배는 강렬합니다.
마지막으로 향(香)은 두반장의 깊은 감칠맛과 마늘, 생강, 팔각, 계피 등 여러가지 향신료를 블렌딩해 만드는 복합적인 풍미입니다. 대표요리는 후이궈러우(회과육 回鍋肉)를 들 수 있습니다. 후이궈러우는 마라향 3대 요소를 고루 갖춘 정통 쓰촨요리입니다.
두 번 요리하는 독특한 조리법
청나라 말기 어느 가난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여관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가 식량으로 가진 것은 차갑게 식은 돼지고기뿐! 친절한 여관 주인은 몇 가지 양념을 넣어 이 고기를 다시 볶아주었습니다.
이 요리는 후이궈러우(회과육 回鍋肉),즉 다시 냄비에 돌아간 고기(영어로는 Twice-Cooked Pork)라는 이름을 얻었고, 쓰촨 지방을 넘어 전 중국에서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쓰촨식 후이궈러우는 돼지 삼겹살을 삶아 얇게 썬 후 두반장, 고추, 산초, 마늘, 파 등과 함께 볶아 매콤한 감칠맛과 마라 풍미가 느껴집니다.
진정한 쓰촨음식은 “마부샹커우, 라부가이상(麻不伤口, 辣不盖香 : 마비감은 상처 내지 않고, 매운맛은 향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후이궈러우는 과하게 맵지 않고 절묘한 균형을 이뤄 한국인의 입맛에도 정말 잘 맞습니다.
엄마의 손 맛, 집밥의 정석
후이궈러우는 집에 있는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정요리입니다. 삶아서 볶는 단순한 조리법이지만, 양념의 비율과 불 조절에 따라 각 가정의 특색이 나타납니다. 마치 우리의 제육볶음처럼 집집마다 저마다의 비법과 맛이 있습니다.
‘후이궈러우 맛은 엄마의 위챗(중국의 카톡) 상태 메시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SNS 프로필에 짧은 인생관을 적는 문화가 있는데, 엄마 세대들은 주로 ‘平安是福(평안한 게 복이다)’ 등의 소박한 메시지를 올립니다. 중국인들에게 후이궈러우는 일상의 행복이 담긴 따뜻한 집밥, 수수하지만 매콤한! 마치 엄마의 잔소리 같은 맛입니다.
눈 덮인 황룽의 고원에서 맛보는 후이궈러우는 매콤한 맛으로 한겨울의 추위를 잊게 해 주지만, 후이궈러우의 진정한 매력은 그 음식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습니다.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후이궈러우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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