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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처럼 유쾌하고 그림처럼 따뜻한 '권신아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나다!






오전 내내 비가 쏟아지던 날, 그녀를 만나러 가고 또 돌아오는 동안 운 좋게도 비가 그쳐주었다. 숏컷이 꽤 잘 어울리는 권신아 일러스트레이터는 만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외모와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담백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꺼내 놓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연신 ‘V’ 자를 그리며 가끔 소녀 같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자신의 그림처럼 따뜻한 시선과 색깔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를 만났다. 


글/사진 강문희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작가님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엊그제 막 단행본 표지 작업을 마무리했어요. 중학생들이 보는 소설책이에요. 그리고 ‘레노만드’라고 타로카드와 비슷한 일러스트 작업을 마무리 중이에요 


Q. 작가님께서는 언제부터 그림을 좋아하셨나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많이 그리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처럼 미술 시간이나, 가끔 만화책을 보다가 호기심에 한두 번씩 따라 그려보는 게 전부였어요. 형제가 남동생 하나뿐이라 사촌 언니들이 보는 순정만화를 많이 봤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만화를 좋아하게 됐어요. 왜 눈에 별이 서너 개씩 그려져 있는 그런 그림들 있잖아요. (웃음) 






Q. 작가님을 그림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이정애 선생님의 <헤르티아의 일곱 기둥>이나 강경옥 선생님의 <별빛속에> 같은 작품을 엄청 좋아했어요. 이분들의 작품이 독특해서 좋아한 것도 있고, 만화가 선생님으로서 존경하기도 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은 외국 동화책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앤서니 브라운이나 리즈베스 쯔베르거의 그림을 좋아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분들의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제 그림도 만화체에서 일러스트로 바뀌더라고요. 뭐랄까, 만화는 액션이 크고 화려하다면 일러스트레이션은 수채화풍의 고요한 느낌에 뭔가 절제된 듯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거든요. 






Q. 예술을 하시는 분들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작가님의 하루 계획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또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시는지요. 


요즘은 습관을 바꾸는 중이에요. 원래 한창 일을 할 때는 밤새 작업하다 새벽 5~6시에 자서 오후 1~2시에 일어났어요. 밤이 조용하니까 집중이 잘 되잖아요. 십 년 넘게 그런 습관이 들어서 고치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요즘엔 8~9시에는 일어나는 편이에요. 작업도 되도록 낮에 하려고 하고요. 쉴 때는 주로 잠을 자거나 영화를 많이 봐요.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잠이 많거든요. 영화 보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어느 날 영화관에 가보니까 VIP가 되어 있더라고요. 가리는 것은 없지만 공포영화는 보지 않아요.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색감이 예뻐서 빼놓지 않고 보고요. (웃음) 



Q.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예전에는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분위기에 따라 영감을 얻곤 했어요. ‘A-HA’라고 노르웨이 그룹의 음악은 댄스 곡인데도 왠지 모르게 외롭고 서늘한 느낌이 들거든요. 일본 음악도 좋아해요. ‘스티치’라는 록인데 무척 발랄해요. 음식으로 치면 ‘치즈’같이 부른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가수 중에는 ‘델리스파이스’를 좋아해요. 그리고 에곤 실레의 회화집도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일러스트 쪽으로 그림체를 바꾸게 된 데에는 이런 정통 회화집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그림을 그리는 분들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중요하다고 들었는데요, 
    작가님만의 색깔이 짙어진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처음에는 만화로 데뷔를 했어요. 운이 좋게도 만화잡지 공모전에 당선이 되면서 ‘에스프리’라는 코너에 그림을 연재할 기회를 얻었어요. 그러다가 대학 4학년 즈음 되니까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결’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저희 동아리가 명동 유네스코 회관에서 전시를 하게 됐어요. 각자 자기 작품을 제출해야 했는데, 평소와 달리 큰 액자에 전시되니까 준비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색깔 만드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물감의 비율이나 펄을 섞는 방법, 또 종이는 어떤 재질을 사용하는지 등을 준비 과정에서 많이 배우게 됐고 그러면서 제 색깔도 찾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그작가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또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는 누가 있나요? 


롤모델은 ‘리즈베스 쯔베르거’에요. 그분의 그림을 좋아하고 그 깊이감도 좋아해요. 그리고 저도 궁극적으로는 동화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어서 앤서니 브라운처럼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 분들을 존경해요. 우리 나라 작가 중에는 아이완 작가님이나 잠산 작가님의 뭔가 절제된 듯하고 독특한 그림을 정말 좋아해요. 







Q. 생각하시기에 나이에 따라 그림에 표현되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페이퍼>에 13년 동안 그림을 연재했는데, 초기에는 나름 젊어서 그랬는지 그로테스크한 센 그림을 좋아했어요. 괴기스럽고 피멍 들고 그런 거 있잖아요. (웃음) 그런데 그런 그림을 내놓으니까 아트디렉터 분이 ‘이런 건 안 된다!’고 언지를 놓으셔서 다행히도 점점 자제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후로 <페이퍼> 분위기와 맞춰가면서 지금의 제 그림체가 형성된 것 같아요. 뭔가 동화적이고 따뜻한 느낌이요. 생각해 보면 ‘페이퍼’가 방향을 잡아준 셈이니 엄청 감사할 일이에요. 






Q.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예전에도 책을 통해 말한 바 있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에너지’와 ‘생활을 조율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다 보면 제한된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하는데, 마감을 맞추다보면 간혹 완성도가 떨어지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쫓기다 보면 스스로 괴롭고 힘이 드니까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작업을 할 때는 클라이언트 쪽에 너무 맞춰주려고 해도 안 돼요. 내 마음에 안 들면 결국 클라이언트 마음에도 안 들게 되어 있거든요.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어필하면서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것도 중요해요. 


생활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건 ‘잠’ 때문이에요. 제가 잠이 많아서 어느 정도 규칙을 세워놓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예를 들어,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작업을 하겠다, 잠은 몇 시간을 자겠다 그렇게 정해놓고 스스로의 생활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해요. 



Q. 작가님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일이 굉장히 많았다가 어느 순간 반년 넘게 일이 끊긴 적이 있어요. 그때 ‘나는 이제 그림을 못 그리게 되는 건가?"하고 엄청난 막막함과 답답함을 느꼈어요. 게다가 저는 혼자서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일이 들어와야 에너지를 얻어서 일을 하거든요. 물론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지 일이 딱 끊기는 순간 무척 고통스럽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바느질’을 배웠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재미 있어서 한때 그쪽으로 나갈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기계에 약해서 재봉질을 잘 못해요. 모두 손바느질로만 작업을 했어요. 뭔가 혼자서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한마디로 취미생활로 시련을 이겨냈다고 봐야죠. (웃음) 





Q. 작가님 작품의 색채는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떤 색깔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파랑색’을 가장 좋아해요. 그림을 그릴 때는 노랑색과 빨강색을 많이 쓰는 편이고요. 처음에는 많은 색깔을 쓰면 좋을 줄 알고 화려하게 색을 냈는데, 언제부턴가는 한 가지 톤으로 차분하게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메인으로 들어가는 색깔을 정하고 그와 어울리는 주변 색깔을 맞춰가는 편이에요. 비슷하거나 혹은 튀게. 그런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차분한 색깔 쪽으로 마음이 가더라고요. (웃음) 



Q.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그려오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소중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함부로 애틋하게> 표지 그림을 비롯해서, 페이퍼에 연재했던 그림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많이 그린데다가 정성도 많이 쏟았던 작품들이에요. 어떤 것은 한달 내내 그린 것도 있거든요. 





Q.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독자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페이퍼>에 연재를 할 때는 독자 분들이 엽서를 통해 의견을 주시곤 했어요. 그러다가 싸이월드 스킨 작업을 하면서 제 그림이 많은 분들께 알려진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메일이 오는데 어떤 분은 제 그림에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 장화 신은 고양이, 기린 등 자기가 좋아하는 요소가 다 들어 있어서 좋다고 하셨고, 또 어떤 분은 물고기가 꽃을 물고 있다던가 머그잔에서 구름이 올라와 누군가 우산을 쓰고 있는 식으로 엉뚱한 상상이 재미 있어서 좋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아마도 소통이 가능한 것은 서로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결혼 계획은 없으신가요? 또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작품활동과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하하하하. 결혼은 남자가 생기면 당장 할 거예요. 그런데 제 조카를 보니까 아이 키우는 일이 엄청 힘들 것 같더라고요. (웃음) 내년 말 즈음 동화를 편집하는 단행본 작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동화작가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에요. 그런데 글재주가 부족해서 섣불리 시작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용기가 나지 않아서 계속 생각만 하고 있어요. 조카와 어머니를 보면서 할머니와 손자에 관한 동화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가끔 했는데, 글은 자신의 경험 없이는 나오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아직 경험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람이 있다면 뭔가를 만들고 싶어요. 뜨개질이나 퀼트를 접목시켜 인형을 만든다거나, 훗날 ‘권신아 인형샵’ 뭐 이런 거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저 혼자만 좋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인형 만드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체력만 된다면 하고 싶은 거야 너무 많죠. 그런데 이제는 눈도 침침해요. (웃음) 






Q. 끝으로 권신아 작가님께 ‘그림’이란 무엇인가요?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술에 대해 심오한 생각이나 무게는 없어요. 처음엔 취미로만 생각했고 지금도 인생을 걸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좋아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신이 나서 계속 그리는 것이고요. 어떻게 보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저한테 주어진 특별한 기회이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살아요. 


인생의 좌우명이요? (당황) 뭐 그런 거창한 것은 없어요. 저는 교회에 못나가고 있지만, 저희 집이 기독교 집안이라 삼촌께서 매일 성경구절을 하나씩 보내주세요. 그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이 있어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일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장 9절 말씀이에요. 정말 맞는 말씀이라 생각돼요. 아무리 내가 생각하고 계획하는 일이 있어도,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댓글

  • 해피썬 2014.02.05 00:27 ADDR 수정/삭제 답글

    권신아님 ..넘 좋아욧 ㅎㅎㅎ

  • 김효미 2014.06.24 23:43 ADDR 수정/삭제 답글

    여점히 멋지십니다^^